내가 중학교 2학년. 1989년.
우리 담임 선생님의 과목은 국어였다.
국어 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지목 당한 학생들은 누구, 누구 위인의 이름을 댔다.
그러다 나도 지목 대상이 되어 대답을 위해 일어섰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다.
이순신? 세종대왕? 김유신? 링컨? 캐네디?
평소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깊히 생각해본적이 없던 나는 당황 했다.
순간 교실 책장에 위인전이 눈에 들어 왔다.
“퀴리부인이요.”
그건 진심이 아니였다.
그 후로도 나는 한참동안 존경하는 인물이 없었다.
선생님도 교수님도 유명한 문학가, 사회운동가 그들의 정신은 좋아 했지만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는 확신이 없었다.
2002년, 어느 TV 연설을 듣고 난 후부터 내 마음속에 조용히, 그러나 아주 강하게 자리잡던 인물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 아니 어제도, 또 그 전에도 나도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이 있었다.
이젠 누구라도 내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게 됐다.
“노무현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