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크고 작은 선거가 있다. 선거 때가 되면 가장 바쁜 기업들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들이다. 여론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도 법으류 규정하고 있다. 아무 회사나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에 공표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이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큰 돈이 오가는 여론조사는 과연 신뢰할만 한가?

2012년 대선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양자대결이었다. 보수와 진보로 대표되는 두 후보를 필두로 전국의 진영이 두 개로 나늬었고 누가 더 큰 세력을 갖고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이 큰 득표차로 당선 된 걸 빼면 우리나라는 거의 아슬아슬한 득표차로 당락을 갈랐다.

<2012년 대통령선거 설문조사. 출처:연합뉴스>

이때만 해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득표율은 어느정도 맞아들어가는 듯 했다. 투표 당일 출구조사에서 문재인이 앞서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가 투표 종료 후에 갑자기 결과가 뒤집힌 걸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여론조사 결과는 어느정도 맞았지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출구조사에서는 반대의 결과를 갖어온 것이다. 워낙 이례적인 사건들이 많았던 대선이었던 터라 현재까지도 개표조작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가 결정 되기 전 사전 여론조사 결과에서 안철수가 매우 높게 나왔다. 나중에 문재인과 단일화 하면서 갑자기 문재인 지지율이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등하게 변한다. 안철수를 지지하던 보수 유권자가 박근혜 진영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단일화 이후 갑작스럽게 박근혜와 문재인의 대등한 지지율로 재편됐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2017년 대선판을 보면 안철수 지지층에 중도 보수 성향이 많게 나온다. 이런 사람들은 쉽게 진영을 이동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는 특징이 있다. 이때도 사실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신뢰를 잃어가는 여론조사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기관은 새누리당의 180석을 예측하며 압도적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새누리는 122석을 얻는데 그쳤고 국민의당과 나늬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123석으로 제1당을 차지하게 됐다. 여론조사가 완전히 빚나간 대표적인 선거였다.

2017년 여론조사는 어떨까?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부터 이재명, 최성,문재인,안희정의 여론조사를 두고 잡음이 많았다. 일부 지지자들이 녹음한 여론조사 안내 음성을 들어보면 특정 후보가 배제 되었거나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안내를 장시간 노출시키기도 했다. 본선이 막 시작 된 후에도 각 정당의 지지율 결과를 놓고도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너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유권자들은 언론에서 공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점점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질문 방식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만약 개인의 색깔 취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다음과 같이 진행했다고 하자.

예시1)
Q. 당신이 선호하는 색상은 무엇입니까? 다음 보기 중에서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A. 1. 파란색, 2.빨간색, 3. 보기에 없음

만약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사람들은 어떤 외부적 영향이나 숨겨진 의도와 상관 없이 자기가 선호하는 색상을 선택할 것이다.

예시2)
Q. 당신이 선호하는 생상은 무엇입니까? 다음 보기 중에서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A. 1. 시원한 느낌의 파란색, 2. 따뜻한 느낌의 빨간색, 3. 보기에 없음

두번째 예시에서 보기를 보면 질문자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파란색은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갖을 수 있다. 하늘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고 바다를 연상하기도 하고, 청량감, 청바지, 물감, 자동차, 냄새와 같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파란색을 연상할 수 있지만 질문에서는 시원한 느낌의 파란색으로 범위를 정해놓고 응답자의 판단을 제안한다.

만약 이 질문을 더운 여름에 하거나 추운 겨울에 했을 때 결과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최근의 설문조사는 이렇게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해 특정한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달라지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는 숫자 뿐만 아닌 질문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은 단순히 표본 오차와 숫자로 집계 된 결과만 발표한다. 유권자들은 어떤 질문에 의해서 후보 선호도를 조사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방식>

이렇게 숫자만 발표하게 됐을 때는 유권자의 객과적 판단을 방해한다. 옛날에 "될 놈 찍는다"는 우리나라 유권자의 정치 성향 때문에 대세론을 제1 선거전략으로 앞세우는 방식이 있긴 했지만 최근엔 유권자들도 후보들을 객과적으로 평가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많다. 그런데 이런 왜곡 된 여론조사 결과가 그런 유권자의 판단에 혼란을 줄 수 있다.


표본조사 업체와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사를 분리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특정 후보의 지지성향이 강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여론조사를 하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총선 때는 본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여론조사 업체에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여론조사 업체가 언론사를 통해 결과를 공표하게 돼 있지만 여론조사 표본 수집에는 아직 제도적 장치가 마련 돼 있지 않다. 여론조사 업체가 자체적으로 수집하거나 통신사에 의뢰하기도 하는데 세대별, 지역별 편차가 커서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가령 어느 설문조사 업체의 표본을 보면 강원도에서 30명 정도를 조사했는데 120만 정도의 유권자에 대한 대표성을 갖기에 30명은 너무 적은 표본이다. 또 30명에 대한 세대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서 신빙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이 결과를 대대적으로 뉴스에 내보내 여론을 호도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설문조사를 위한 표본 조사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전화번호부를 활용한다거나 난수로 무작위 번호를 생성해 전화하는 등의 지극히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젠 설문조사 기관을 좀 더 전문화 시켜야 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표본을 연구하고 수집하는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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