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해 나들이를 했다. 시원한 겨울바다에서 폐도 정화 시킬겸 즐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또 요즘 제철을 맞아 오징어가 풍년이라는 주문진을 들렀다 오랜만에 한계령을 넘어오기로 했다. 지난 봄엔 홍게가 풍년이라는 소식에 주문진에 들러 홍게를 3만원어치 샀다가 물리도록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오징어로 정했다.
주문진은 해가 갈수록 활기가 넘친다. 시장 옆 주차장을 신설해 주차도 편하게 할 수 있다. 주말이여서 그런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수산물들을 구경하는데 잡히는 고기가 철이 있으니 거의 비슷하다. 오징어, 양미리, 도루묵이 넘치도록 많았다. 오징어는 8마리에 만원, 도루묵은 큰 씨알은 한 바구니에 만원 작은 씨알은 세 바구니에 만원씩 했다. 일단 여긴 뭐든 만원 단위로 파는 게 많다. 양미리도 꽤 많은 양으로 한 바구니에 만원이였다.
나의 목적은 오징어였으니 가판을 둘러보는데 어느 입심 좋은 젊은(?) 아주머니가 우리를 불러세웠다. 손질해 놓은 오징어 20마리를 2만5천원에 준단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빠른 손놀림으로 비닐봉투에 오징어를 담는데 내 눈이 상인의 손을 따라가지 못했다. 얼추 두 마리씩 집어 열번 왔다갔다 한 거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확인까지 시켜주며 작은 거 몇 마리 더 넣어준다. 역시 인심이 좋구나, 우린 만족해하며 집으로 돌아와 내장고에 넣기 위해 오징어를 작은 비닐 봉투에 나눠 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히 20마리라고 했는데 세어서 준 오징어는 18마리고 덤으로 준 손바닦만한 오징어 4마리가 들어있는 게 아닌가. 내 눈 앞에서 분명히 20마리를 검은 비닐봉투에 넣는 걸 봤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이게 혹시 오징어 밑장빼기? 아이스박스와 얼음 가격을 치면 손해본 건 아니다. 마음 한켠이 불편한 이유는 처음부터 18마리에 2만5천원이라고 했어도 나는 그 오징어를 샀을 것이다. 6마리에 만원으로 알고 갔기 때문에 횡재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상인의 말 한 마디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기분좋은 여행에 오징어 두 마리 때문이 여운을 망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다른 어물들은 싸게 잘 샀다. 주문진은 지금처럼 번성하기 전부터 자주 다니던 여행지였다. 추억도 많은 곳이다. 한때는 바닷물이 너무 오염돼 한동안 찾지 않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뜻을 모아 바다 정화운동에 나섰고 지금의 깨끗한 해안을 갖게 된 것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도시(?)와 시장이 팽창하면서 겪는 홍역같은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