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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명함만큼 흔해 진 게 홈페이지다. 창업을 하거나 개인 영업을 할 때 홈페이지를 만들고 명함을 만든다. 명함에 홈페이지 주소 한 줄 있어야 그래도 요즘 추세에 발맞추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명함에 이메일 주소 있으면 앞서가는 사업자 느낌이 들긴 했다.

 

홈페이지 시장은 많이 커졌다. "홈페이지 HOMEPAGE"는 이제 더 이상 전문용어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만 구축하고 운영하는 전유물이 아니다. 규모가 크던 작던 누구나 홈페이지를 소유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90년대에는 홈페이지 하나만 제작 해 줘도 몇 달 놀고 먹을 수 있을만큼 전문분야였다.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홈페이지는 여전히 전문분야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흔해졌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차가 흔해지고 부엌마다 최첨단 압력밥솥과 냉장고가 흔하다 해도 그것을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홈페이지 역시 그렇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낼 수 있기는 하다.

 

흔해지면 쉽다고 생각한다.

책 한 권 살 의지도 없으면서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며칠 공부해서 홈페이지 정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장비만 있다면 자동차 정도는 나도 만들겠다고 허풍 떠는 것과 별반 차이 없다. 여기서 꼭 하고 싶은 말은 "홈페이지"는 전문분야다.

 

 

 

 

제대로 모르면 진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어느 개발자의 사례다.

개발자와 의뢰인은 서로 기분 좋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홈페이지 제작에 돌입했다. 요즘은 모바일이 기본이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노동강도는 높아졌지만 의뢰인에게 왜 모바일 작업에 비용이 추가되는지 납득 시키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모바일 작업을 해주지 않으면 계약 성사가 어렵기 때문에 개발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다.

 

작업 강도는 모바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요즘은 IE(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쇄퇴로 크롬과 기타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 브라우저들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서 같은 페이지도 서로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 개발자는 모든 브라우저에서 똑같은 결과물이 보여질 수 있도록 크로스 브라우징 작업을 해야한다. 몇 배의 노동 시간이 투자된다. 하지만 이 또한 의뢰인을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문분야이기 때문이다. 그건 마치 네비게이션 팔겠다고 손님에게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제작자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작업을 진행한다. 절반 쯤 진행 됐을 때 의뢰인으로 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한다. 홈페이지를 "반응형"으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제작자는 반응형으로 제작 하게 될 경우 추가비용 200만원이 더 요구 된다고 답장을 보낸다. 이때부터 제작자는 사기꾼이 되고 의뢰인은 진상 고객이 된다.

 

왜 그럴까?

의뢰인은 반응형 홈페이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모른다. 또 다른 사례에서 반응형 홈페이지의 단가를 비교 견적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간단하게 코드 몇 줄 바꾸고 포토샵으로 이미지 몇 개 다시 그리면 몇 시간 내에 간단히 해결 된다고 생각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반쯤 진행 된 홈페이지를 다시 반응형으로 제작하게 될 경우 어떤 작업들이 요구되는지 알기 때문에 앞이 막막해지는 것이다. 이건 양옥집을 주문 받아 기둥 다 세웠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옥으로 바꿔달라는 것과 같다.

 

이 사례에서 고객은 왜 대수롭지 않게 주문을 변경했을까? 그건 모르기 때문이다. 고객은 "반응형 홈페이지"가 뭔지 모른다. 어떻게 생긴 건지는 알지만 그것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모른다. 눈에 보이기엔 간단해 보이니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홈페이지 제작 시장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커졌지만 가격이 공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포스팅에는 가끔씩 제작 단가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작들은 자기가 얼마에 어떤 작업을 했는지 공개하기 꺼려한다. 그렇다보니 의뢰인 입장에서도 만들려는 홈페이지 단가를 예상하기도 어렵다.

 

 

직접 겪은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쇼핑몰 하나 만들어 주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온라인 매출이 큰 영향은 없었지만 수완이 좋은지 온라인 판매도 제법 늘었다. 그 쇼핑몰은 600만원을 들였다. 오프 소스에 디자인 입히고 결제 모듈 설치하고 끝나는 그런 단순한 쇼핑몰은 아니였다. 매장의 판매인 마다 판매 수당을 따로 지급 해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 수정이 필요했다. 또 고객도 그룹별로 나눠 포인트와 할인률을 다르게 해야 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800만원 받을 걸 너무 깎아 줬다고 후회했다.

 

경쟁 관계에 있던 다른 사람이 또 나를 찾아왔다. 비슷한 쇼핑몰을 만들고 싶은데 전에 제작 할 때 비용이 얼마였냐고 물어본다. 이럴 때 나는 곤란에 빠진다. 다 한 지역 사람이라 가격을 오픈하면 언젠가는 서로 제작 단가를 알 게 된다. 쇼핑몰을 똑같이 만들어 줬을 때는 먼저 의뢰 했던 사람이 왜 경쟁 업체에 자기 아이디어로 만든 쇼핑몰을 똑같이 만들어 줬냐 불만을 갖고 다르게 만들어 주면 나중에 의뢰한 사람이 자기 쇼핑몰이 만들기 더 쉬웠을 거 같은데 너무 비싼 거 아니였냐고 불만을 갖게 된다. 자세하게 서술 할 수 없지만 실제로 내가 겪은 사례다.

 

이런 이유로 가격을 오픈하기가 어렵다. 또 지방에도 웹에이전시들이 많기 때문에 상담 과정에서 가격을 말해버리면 다른 업체에서 더 싸게 계약을 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제작에 정가를 정하기가 어렵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웹에이전시와 프리랜서가 합의를 해야 하는데 그게 남북통일보다 어려운 일이다.

 

 

똑같은 얘기를 포스팅을 할 때마다 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홈페이지 제작이 더 어렵게 된다. 100만원만 쥐어주면 오픈 소스 이용해서 간단한 홈페이지나 쇼핑몰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만약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면 아마도 수도권 대형 웹에이전시를 찾아가 비싼 가격을 치뤄야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대형 웹에이전시에서도 프로그램은 하청을 주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젊은 학생들은 웹을 공부하지 않은지 꽤 오래 됐다. 아직 남아서 웹 개발을 하고 있는 사람은 30대 후반에서 40대, 그러니까 90년대에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웹 개발, 즉 홈페이지 제작이다. 어렵게 공부해서 월 100만원 못 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래 예시는 의뢰인이 초저가로 상상하는 그런 홈페이지가 아닌, 적어도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사이트를 말하는 것이다. 진상 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도 노력이 필요하다.

 

홈페이지 제작 하려거든 인근 웹에이전시나 프리랜서를 찾아보자.

나는 요즘 홈페이지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의뢰가 들어온다 해도 영서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면 거절하고 있다. 성격이 워낙 돌아다니는 걸 싫어하기도 하지만(여행은 예외) 장거리 계약이라면 처음부터 곤경에 처할 때가 많다. 개발자가 장거리 상담 때문에 하루를 소비하면 그날 일당만 날리는 게 아니라 다음 작업에도 지장이 있기 때문에 손해가 크다. 계약이 성사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메인 연결해서 게시판이나 돌아가는 소규모 사이트라면 장거리든 단거리든 제작과 유지보수에 상관 없지만 제대로 운영하고자 하는 사이트라면 제작 전에 충분한 상담이 오고가야 한다. 웹 개발이 필요한 사이트라면 개발자가 이 회사의 업무 파악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 제작은 모니터 앞에 앉아서 코딩하고 포토샵으로 그림만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장거리 의뢰라면 그 회사의 업무파악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지역의 업체를 알아보는 게 제작과 유직보수에 훨씬 도움이 된다.

 

적어도 세군데 이상은 비교 견적을 내보자.

더 싼 업체를 찾아보라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많은 제작자는 의뢰인이 홈페이지 제작을 요구 할 때 무엇을 원하는 바를 쉽게 이해한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말이 잘 통하는 업체가 있다. 그런 곳은 가급적 피하자. 초면에 말이 잘 통하면 아부가 능한 사람일 수도 있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 충돌도 있어야 하고 가격을 두고 흥정도 있어야 한다.(정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요구하는 조건에 만사 OK 하는 사람은 전문 개발자보다 전문 영업인 일 수 있다. 이 점은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너무 OK만 하는 사람은 경계하자는 뜻이다.

제작 경험이 많은 사람은 의뢰인의 요구사항을 들을 때 머릿 속으로 어떤 작업이 필요하고 몇 명의 작업 인원이 필요한지 그림을 그린다. 의뢰인이 요구하는 사이트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지 훤하게 보이기 때문에 모든 걸 OK만 할 수 없다. 머릿 속에 비용도 계산해야 하고 작업 기간도 떠올리다 보면 의뢰인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말을 잘 하는 개발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만사 OK다. 결과 보다는 당장에 계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으로 개발자를 농락하지 말자.

가끔 개발자에게 돈으로 갑질 하려는 사람이 있다. 개발자들은 순진하지만 자존감이 강하다. 그래서 고집센 개발자가 많은 것도 같다. 회사에 소속 되었거나 프리랜서로 일을 하거나 본인은 누군가에게 고용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키보드를 앞에 두고는 그렇다. "돈 주면 될 거 아냐" 나는 최근에도 이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화나게 하는 중이다. 그 사람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돈 벌려고 하는 일인 건 맞다. 그러나 돈으로 이 사람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같은 돈 쓰고도 최악의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이다.

 

최소한 브라우저 사용법은 익히자.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겠지만, 게시판에 파일 첨부하는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인터넷 사업을 하겠다고 프로그램을 의뢰하는 사람이 있다. 브라우저에 탭 사용하는 법을 몰라서 브라우저 창을 몇 개를 띄워놓고 페이지 찾아 삼만리를 헤맨다. 심지어는 자기가 인터넷을 하고 있는 그 프로그램이 브라우저인지도 모른다. 그냥 인터넷 띄운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열에 열 모두 망한다. 그래놓고 개발자 탓을 한다. 그들이 브라우저 사용법을 제대로 익혔다면 쉽게 해결 될 것들을 꼭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달라고 한다. 요즘 인터넷 사용법을 일부러 배우는 사람은 없지만 적어도 인터넷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인터넷 개론서라도 하나 보자.

 

예상 가격을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내 일당이 하루 얼마인지를 생각해보자. (의뢰인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

의뢰인은 아마추어다. 프로라면 직접 제작하지 비싼 돈 줘가면서 의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홈페이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홈페이지 제작 상담을 하면서 제작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꼭 물어본다. 그 기간에 자기 일당을 대입해 보자.

월급 300만원인 당신이 야근(잔업) 없이 주 5일 근무한다고 했을 때 하루 일당이 약 15만원 정도가 된다. 개발자가 제작 기간 두 달이라고 했으면 당신과 똑같이 주 5일 근무 했다면 600만원이란 견적을 예상 할 수 있다. 웹에이전시나 프리랜서에게 600만원이란 견적을 들었을 때는 큰 돈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홈페이지 하나 제작하려면 웹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투입되고 간혹 유료 폰트를 써야 하거나 이미지를 구입해야하는 원자재 값이 들어 갈 때도 있어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월급보다 적은 수입이다. 이정도도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많은 웹 개발자들 수입이 100만원 내외다. 회사에서 경력을 인정받아도 200만원 내외가 된다. 그 돈마저 아까운 생각이 들면 책방에 가서 홈페이지 제작 입문서를 구입하자.

 

중간에 말 바꾸지 말고 초반에 기획을 잘 하자

이것 역시 반복되는 포스팅 내용이지만, 정말 중요하다. 집을 짓는데 화장실을 왼쪽에 만들었는데 어느날 전화해서 화장실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싶다면 건축가는 당황스럽다. 매일 일당이 나가는데 공사 기간도 늘고 자재도 늘어난다. 공든 탑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것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다. 중간에 말 바꾸지 말고 초반에 기획을 잘 하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의뢰인도 개발자를 괴롭히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인데 위의 예시들을 머릿속에 잘 생각한다면 제작자와 의뢰인간에 서로 얼굴 붉힐 일은 많이 줄어들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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