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KBS에서 방송한 1대100의 최종 문제는 IT에서 I는 무엇의 약자인가 하는 거였다. 최후의 1인은 컴퓨터공학과 학생이였다. IT에서 I를 Internet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컴공과 학생이니 이 문제는 100% 확실히 맞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틀리고 말았다. IT는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다. "정보처리"라는 말이 요즘은 생소하지만 이공계에서는 가장 흔하게 접하는 용어다.


대학원 때문에 요즘 학교에 가면 학부생 후배들이 상담을 자주 요청한다. 진로에 관한 문제인데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 아이들은 여전히 20년 전 교육에 머물러 있다. 이 아이들은 IT 전문 인력으로 육성 되는 게 아니라 자격증을 취득해 공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받는 게 4년 교육의 목표다. 매 학기마다 프로그래밍 과목이 있지만 졸업 할 때까지 단 한 줄도 코딩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졸업 할 때까지 공무원이 되지 못한다면 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내가 정말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는 주변에 괜찮은 프로그래머 있으면 소개 좀 시켜달라는 것이다. 사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괴롭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내 주변에는 내가 제일 잘 한다. 즉, 없다는 뜻이다.


어제 뉴스에 고등교육 과정에서 이과, 문과 경계를 없앤다고 하는데 사실 이 나라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기업과 공무원에 맞춰져 있으니 이과, 문과 경계는 이미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얼마 전 아는 분이 경력 개발자 구인 공고를 냈는데 제시 된 급여가 월 150만원이다. 현실이 이러니 후배들에게 공무원 준비를 1년 더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해 줄 수 밖에 없다.


몇 해 전 공과 계열로는 국내 최고라는 K대학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개발에 매진하게 될 줄 알았는데 IT 테마주를 관리하는 증권회사로 취업했다는 기사를 나중에 보게 됐다. 우리나라 IT 교육이 그런식이다. 컴퓨터공학과 학생이 IT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IT 취업 시장은 쉽게 바뀔 거 같지 않다. IT 인력은 여전히 홀대 받을 것이고 학생들은 기술 개발보다는 취직이나 공시에 유리한 공부를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IT 인력이 전혀 필요 없는 게 아니다. 국내 IT 전공 학생들은 이제 IT를 배우지 않는다. 인력은 더 부족해 질 것이고 인도나 중국에서 값싼 IT 노동자를 수입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수면위에 떠오르기도 한다. 정책과 대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IT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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