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전역을 하고 나왔더니 세상은 온통 인터넷 세상이다. 당시 나는 PC 통신도 제대로 즐기지(?) 못해 본 상태에서 군대를 가게 됐다. 입대 전 기말고사에 나왔던 WWW의 개념을 서술하는 문제가 나왔을 때도 나는 그것이 이렇게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복학하니 학교는 더 딴 세상이 됐다. 교수님은 PC에 폴더 열어 놨으니 리포트는 그쪽에 올려 놓으라는데 그 말을 알아들은 복학생은 없었다. 우리는 소스코드를 프린트 해서 최대한 깔끔하게 종이테이프로 다듬고 클립 각을 맞춰 찝어서 잠겨진 교수님 연구실 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교수님은 과대를 불러 종이 말고 파일로 제출 하도록 다시 지시를 내렸고 복학생들은 플로피디스크에 리포트를 복사해 다시 잠겨진 교수님 연구실 문 밑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연구실 문을 잠그고 다니는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였다. 인트라넷에 공유 된 교수님 폴더에 파일을 업로드 해야 된다는 건 한참 후에야 알았다.


출처 : 구글


교수님 중에는 그렇게 인트라넷 공유 폴터로 리포트를 제출 받았고 또 어떤 분은 이메일로 리포트를 받았다. 이메일? 당연히 복학생들에게는 생소하다. 후배들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이메일 사용법을 배우고 최초로 계정을 만들었던 것이 한메일이다. 보통은 그렇게 한메일과의 특별한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회원 가입 후 얼마 안 있어 이름을 한메일에서 다음으로 변경했다. 한메일이란 이름은 부르기 쉬웠는데 "다음"이란 이름은 꽤 오랫동안 입에 붙지 않아 어색했다.


어쨌든 나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메일을 주 메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디도 바꿔 본적이 없어 이름보다도 많이 사용했다. 덕분에 아주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사람과도 이메일로 소식을 전해 오기도 한다. 이메일은 당연히 한메일이였고 검색은 엠파스와 라이코스였다. 외국계 포털이 대세였던 그때만 해도 네이버는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국산 포털인 네이버 살리기 운동을 해야 할 정도였다. 캡쳐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다음은 포털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네이버는 자본가들의 대대적인 투자와 대학생 사용자를 중심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던 반면 다음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러다 다음이 입지를 세우게 된 건 2008년 세상이 바뀌고 부터였다. 정치적으로 색깔을 분명히 하는 사용자들이 네이버와 다음으로 뚜렷하게 양분되기 시작했다. 특히 다음의 토론방에서 진화(?) 된 아고라는 국내 최대 정치, 문화, 사회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다음은 성장 가도를 달리는 듯 했지만 여러가지 이유고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이유일 거라 본인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 사용자들은 이제 매니아층으로 자리잡았다. 지식인으로 검색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네이버에 완전히 뒤쳐졌지만 이 매니아층들은 다음을 떠나지 못했다. 만약 다음이 사용자를 배려하고 매니아들과 소통했더라면 포털계의 무한도전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더 뚜렷해진 현상이지만, 다음은 여전히 일방적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또 그것을 폐기하는 과정이 그렇고 사이트 운영 방식 또한 사용자 배려는 많은 부분이 아쉽다. 블로그인 티스트로니는 애드센스의 영향으로 많은 파워 블로거들이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이전해 오긴 했지만 그 규모는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 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였다.


카카오 점령군은 1년만에 다음을 지웠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1/2015090103056.html

오늘자 조선비즈 뉴스다. 제목이 좀 과격하다.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사 내용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을 사용한지 4년 정도 됐지만 메시지를 받는 용도이지 그것이 나에겐 소통의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 즉, 즐겨 사용하는 메신저는 아니다. 네이트온에 익숙한 나는 카카오톡의 거만함은 기만으로 느껴졌다.

카카오톡과 네이트온 단순 비교

http://zibsin.net/180

며칠 전 SK컴즈가 네이트 매각을 발표했다. 13년만이라고 한다. 엠파를 인수하고 그것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네이트를 곱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나 역시도 엠파스 사용자였지만 네이트가 인수한 후로는 네이트에서 검색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매각 된다고 하니 감정이 미묘하다. 또 새로 인수하게 될 기업이 네이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 궁금해 지기도 하다. 네이버나 네이트는 여러 검색엔진과 포털을 개미핥기처럼 빨아들였지만 그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네이버라는 포털은 거대해 졌지만 국내 검색 시장은 그렇게 커보지도 못하고 사장 됐다. 그리고 외국 기업인 구글이란 검색엔진이 국내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많은 다음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건 "다음"포털이 "네이트"처럼 되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또 일부는 네이버의 독주가 더 가속화 될 것이고 포털 시장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도 포털은 네이버가 독점하다 시피하고 있지만 그나마 다음이 네이버의 독주를 견제 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어 왔었던 사용자들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다음 DNA는 소멸되지 않아...새로운 전설 기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366&aid=0000287321

이재웅씨는 전설로 남겠지만 다음 DNA는 소멸 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말을 했다.

출처:구글

이재웅씨는 길게 쓰기는 했지만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말하자면 다음 포털과 콘텐츠 서비스는 축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음은 많은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지했거나 중지 예정이다. 그것이 최근 1, 2년 사이에 집중되고 있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는 하나 믿고 사용하던 소수의 사용자들에겐 일단 다음의 신뢰가 무너진다. 내가 그 서비스를 이용 할 때는 그것이 언젠가 사라질 것을 대비하고 사용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기업이 운영하는 것이니 최소한 나 늙을 때까지는 이 서비스에 내가 작성한 글이나 콘텐츠들이 살아 있겠구나 믿고 사용하게 된다. 네이트나 다음은 그런 사용자들의 작은 감성은 너무 쉽게 포기했다. 이재웅씨의 글에서 우리 사용자들은 실험쥐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다음카카오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카카오페이, 카카오톡(게임 유통), 카카오택시 정도가 된다. 이런 사업들은 사실 배달앱 정도의 벤처 회사들이 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들, 즉 골목 상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시대에 맞춰 모바일 서비스에 투자를 늘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주력 사업이었던 포털이 축소 되는 것 같은 아쉬움은 지우기가 어렵다.


기사에서는 다음 출신 인력들이 이직하고 있다 하는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용자들이 다음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도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다음 API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검색, 지도, 오픈아이디 등 다음에서 제공하는 개발자 제공 서비스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하기엔 불안한 게 많다. 언제 서비스 방식이 바뀔지 또는 사라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예 네이버나 구글 API에 눈길을 준다.


이렇게 간다면 다음의 DNA는 웹(WEB) 서비스에서 모바일 앱(APP) 서비스로 그 체질이 바뀌는 게 아닌가 싶다. 모바일 결제 시장은 본격적으로 자리잡기도 전에 이미 포화 상태고 카카오택시나 앞으로 계획 중이라던 대리운전 서비스가 주력 사업이라면 그동안 다음 매니아를 자청하던 사용자들에게는 큰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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