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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로 가자!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곳도 시골이다. 단지 사는 집이 아파트다.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나는 흔히 말하는 시골 농가주택에서 살았다. 그때는 아파트에 산다는 건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다. 가난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원룸에서 자취를 하게 됐다. 네모 반듯하고 신축이라 깨끗했다. 겨울에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난방도 잘 된다. 혼자 살기에 더 없이 좋았다.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해서도 원룸에서 살았다. 졸업하고도 원룸에서 살았고 사회생활하면서 6, 7년을 더 원룸형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중간에 사업이(?) 잘 안 되 집 없이 사무실에서 먹고 자던 때가 잠깐 있었고 친구 집에 몇 개월 얹혀 살기도 했다. 친구집은 단독주택이었다. 아무리 친구여도 다 커서 얹혀 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빌라 전세를 얻어 3년 정도를 살았고 마침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다.

 

공동주택은 깨끗하고 편해서 좋다. 집을 관리하는데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현관문을 닫고 있으면 나와 상관 없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게 사실은 나에게 큰 단점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이곳은 점점 감옥이 되어가고 있었다.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계절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느낄 수가 없다. 조금씩 답답함이 오더니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거 같다. 나는 결심했다. 탈출하기로.

 

 

그동안 남에 집에 세들어 살 때는 항상 눈치보며 쫓기듯이 이사해야 했다. 나도 이젠 나이가 들었고 그런 생활은 다시 하고싶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거주지를 옮기는 일은 시간을 충분히 두고 신중하게 진행하기로 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촌집에서 살았고 지금 사는 곳도 도시라고 할 수 없는 작은 시골에 있는 아파트지만 막상 시골 주택으로 가겠다고 마음 먹고 보니 알아야 할 게 참 많다. 시골 정서나 문화라는 건 겪어봐서 어느정도 알고는 있지만 언덕 하나,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서로 분위가 다른 게 시골 정서이기도 하다.

 

돈이 많다면 귀촌은 문제 될 게 없다. 시골 정서나 텃세가 걱정 된다면 마을과 좀 떨어진 곳에 전원주택을 짓거나 전원주택을 분양받으면 원주민과 크게 부딪힐 일이 없다. 돈이 충분히 있다면 귀촌은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그렇게 외부와 전혀 소통 없이 고립되서 산다면 귀촌의 의미가 있을까?

 

불행히 나에겐 돈이 없다.

아파트를 팔아도 농가주택 하나 사기가 어렵다. 물론 시골 오지로 들어가면 연세 50만원에라도 들어와 살라고 하는 집들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시골엔 조금만 발품 팔면 10만원짜리 월세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있고 '귀농'이 아닌 '귀촌'을 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오지로는 가기가 어렵다.

 

귀촌 계획은 작년부터 세웠다.

20살 이후 타지에서 20여년을 떠돌아 다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계신 이 곳에 35년 정도 연고를 두고 살아왔던 고장이다. 그렇다고 이 고장에서 노후까지 계속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주말이면 틈틈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내가 이주할만한 마을을 둘러보고 한지가 반 년이 되어간다. 한 번 다녀왔던 곳을 반복해서 다녀보기도 한다. 처음엔 마을 풍경을 보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 또 찾아가 마을 사람과 인사도 나눠본다. 간혹 다시 찾았을 때 처음 좋았던 마을 이미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던 마을은 몇 번 더 찾아가 본다.

 

지금은 귀촌-귀농 카페, 유튜브 등에서 유경험자의 이야기를 탐독하면서 법적인 부분도 틈틈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계획대로면 올해 단풍은 마당 있는 집에서 먼산을 처다 보며 감상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귀촌이 이번에 나의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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