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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캐스트어웨이라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나는 혼자 극장을 가지 않았으니 꽤 오랜만이다. 학생 때는 혼자서 극장을 다니는 게 오히려 편했다. 영화에만 집중 할 수 있었고 그 때만 해도 앉은 자리에서 여러 번 재관람을 할 수 있어서 혼자 다니는 걸 좋아했다. 군대를 갔다오고 졸업을 했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혼자라는 걸 의식하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게 혼자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는 일도 나에겐 예사였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점점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혼자 있어도 남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게 됐다.

 

처음엔 등산을 많이 다녔다. 거의 매달 치악산을 올랐고 주변에 덜 알려진 높고 낮은 산들을 등반했다. 오르내리면서 가끔 만나게 되는 산악인들과 인사하고 짧게 대화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였다. 그리고 여행을 다녔다. 많은 곳을 다녔지만 나는 사진을 남길 수 없었다. 그 때는 혼자 다니면서 셀카를 찍는 것조차 남을 의식해야 했다. 사진을 뒤져보면 온통 나무와 건물, 거리, 가끔 등장하는 동물들이 나의 피사체다.

 

유년시절 부터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커서였는지 나는 나를 고립시키는 훈련을 해 왔던 것 같다. 몇 달쯤 사람을 만나지 않고 혼자 지내도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외로움을 잘 견디는 내성을 타고났다고 믿었다. 그래서 줄곧 자신만만하게 나를 혼자 두었다. 6년 전 마지막으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외로움에 면역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알게 됐지만 나는 여전히 나를 혼자 둘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우울한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없었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을 좋아한다. 학원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나의 또 다른 숨겨진 모습을 알게 됐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을 사귀는 일을 좋아했다. 한 때는 300개가 넘는 전화번호가 저장 될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려 다녔다. 사람을 깊히 사귀지 못하고 얉고 넓어지는 인맥에 대해서 고민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나는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기를 좋아했다.

 

학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하면서 나는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전향한 뒤로는 사람 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메신저와 SMS가 사람과의 의사 소통의 전부가 됐고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키보드로만 대화하던 날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SNS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때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과도 친한척 안부를 묻고 대화를 하지만 그런 날들이 많아지면서 나의 마음은 조금씩 병들어가고 있었다. 크게 사기를 몇 번 당하고 나서 나는 사람들과의 대면 보다는 온라인 소통에 의지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300개가 넘는 전화번호 중에서 같이 영화보러 갈 사람을 찾지 못했을 때의 공허함처럼 매일 인사하고 대화하던 사람이지만 얼굴도 잘 생각나지 않는 인연에 대한 허술함이 지금 나의 불청객 같은 우울감을 갖어 온 것 같다.

 

마음으로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꽤 오래 전 일이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잊어본적이 없었다. 항상 그리워하고 과거 잠깐의 기억으로 비어가는 마음을 채워가고 있었다. 몇 해 전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고 막상 다가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걸 알았을 때 이별같은 아픔이 찾아 왔었다. 마음만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랑이라도 놓칠 수 없어 나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오래전 어설펐던 그 사람과의 이별을 이번엔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SNS를 탈퇴하면 끊어질 정도의 가벼운 인연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중이다. 오랫동안 마음으로 품어왔던 아픈 사랑도 이제 털어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 나를 더 외롭게 하는 것 같다. 늘 사랑을 갈구하며 살았지만 아직도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 것도 과거에 대한 나의 집착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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