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가 실무경력 3, 4년차가 되면 이제 한껏 자신감이 넘치는 시기다.

빠른 사람은 2, 3년차에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확신"이다.

확신은 곧 자만이 되고 자만은 도태를 갖어온다.

 

자동차도 운전경력 1,2년차에 사고가 제일 많다고 하는 것처럼 프로그래머도 이 시기에 실수가 많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게 프로그래머고 누구나 쉽게 실력을 갖출 수 없는 어려운 분야도 프로그래밍이다.

3년차가 넘어 중급 정도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되면 아마도 주변에 본인을 능가하는 실력자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호랑이가 스스로 사냥할 정도가 되면 어미로부터 독립해 자기 형제들과도 경쟁 관계가 되는 것처럼 프로그래머들도 자신감이 들어섰다고 생각이 들면 야생에서 유아독존을 고집한다.

프로그래머는 많지만 제대로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 습성이 타인과의 비교를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비교 대상이 자기보다 높게 평가가 된다면 정말 견디기 어렵다.

 

웹프로그래머라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인터넷을 자주하는 사람이 웹개발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별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는게 웹프로그래밍이다.

대학에서 전공을 할 필요도 없다.

내가 20여년 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초등학교 5학년이 일찌감치 워드프로세스와 정보처리기능사를 취득하고 GW-BASIC으로 슈팅게임을 만들어 내게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적어도 그 때의 초등학교 5학년생이 했던 것보다도 어렵지 않게 접근 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수많은 관련 정보들이 쏟아지고 컴파일 되지 않은 훌륭한 오픈소스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런 공개 소스들만 잘 다뤄도 그럴듯한 홈페이지를 만들어내고 간단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해 내니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보기엔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발자인 나의 눈에 그들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게 맞다.

문제는 그들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재목이냐 하는 것이다.

 

1년차까지는 정신이 없다.

홈페이지 하나 만드는 것도 오픈소스 없이는 게시판 만드는데 몇 개월이 걸릴지,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웹프로그래밍은 생각보다 해야 할 것이 많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나 전문가의 길로 들어 설 수 없는게 웹프로그래밍이다.

전문가인가 아닌가를 구분지을 수 있는 기준은 모호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실력이 월등함에도 본인은 아직 초보라며 겸손한 자세를 취하지만 어떤 사람은 형편 없는 실력임에도 본인이 대단한 실력자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가 실수가 많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잡식에 능하다.

말만 들으면 이 사람 대단한 고수의 풍모를 지니고 있으며 다른 사람의 생각에 주로 반박을 하는 편이다.

잡식에 능한 사람들이 최근 포스팅 된 블로그나 지식인에서 주워들은 풍문을 늘어 놓으면 사실 십수년 경력자도 생소한 용어들이 많다.

남들이 몰랐던 걸 먼저 접했다는 뿌듯함에 한층 더 자만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람들이 프리랜서를 하거나 소규모 웹에이전시로 가게 되면 의뢰인들은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다.

 

 

 

 

나 역시 개발자이고 나같은 사람들의 특징을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커뮤니티에서 프로그래밍 지식에 대해서 논하거나 글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간혹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질문자의 글에 답변을 달아 줄 때가 있다.

작업을 하다 갑자기 딱 하나가 막혀 몇 시간, 며칠을 고생하다 절실한 마음으로 커뮤니티에 와서 질문을 올리는 사람의 답답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초보 시절에도 그런 커뮤니티나 지식인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이젠 내가 갖고 있는 건 나눠줘도 되겠다 싶어 빚을 갚는 마음으로 성의것 답변을 올린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반박 댓글을 올리는 사람이 있다.

왜 다른 사람의 답변이 틀리고 자신의 답변이 맞는지 장황하게 쓰지만 어설픈 잡식이거나 어느 블로그에선가 봤던 내용인 경우가 많다.

질문자가 잘 못 된 답변을 믿고 고생할 걸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만 우쭐함을 즐기는 사람은 무시 할 수 밖에 없다.

가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달아 놓고 자기가 맞다고 주장하는 어설픈 실력자의 반박글을 참지 못하고 다시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

결과적으론 커뮤니티에 욕설이 오가고 관리자에 의해 강퇴 되거나 서로 분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탈퇴하게 된다.

 

내가 굳이 3, 4년차를 중급 정도라고 한 이유는 이 글이 내 얘기 이기 때문이다.

1년차에는 정신이 없지만 2, 3년차가 지나면 비로소 혼자 공부 할 수 있게 되고 3, 4년차가 넘가면 자기가 만들고자 하는 프로그램은 어느정도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주변에서 부러움을 사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프로그래밍이란게 하나의 문제를 놓고도 해결방법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제 뭘 좀 알게 된 중급 실력자들이라면 웬지 내 방법이 더 옳은 것처럼 여겨지고 남들은 잘 못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을거라 생각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중도 하차 하거나 모바일 앱으로 넘어가게 된다.

요즘은 웹프로그램 만큼이나 모바일 앱이 보편화 되기도 했지만 웹프로그래밍에서 본인의 한계를 느끼고 도피성으로 모바일 앱을 건드리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모바일 앱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로 전향을 하든 중급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한 분야에서 7년 이상은 몸담고 있어야 비로소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어느정도 IT 기술/지식에 자신감이 붙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내 실력이 빠지 않는다고 생각이 든다면 그 때가 초심을 찾고 겸손을 갖춰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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